






1. ‘참전 압박’에 맞서는 카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위험한 협상 수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봉쇄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동맹국들에 해협 보호를 도우라고 압박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행정부가 7개국과 접촉했다고 말했고, 앞선 소셜미디어 글에서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소 전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곳이라, 이 요구는 단순한 외교적 메시지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압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곧바로 미국의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현재 해군 파견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한국은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영국은 해협 재개방을 위한 계획 논의에는 참여하되 "이란 전쟁에 끌려들어 가진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고, 프랑스는 아예 적대행위 중 해협 재개방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즉 트럼프가 원한 것은 군사적 연대였지만, 실제 반응은 협조는 하되 참전은 피하겠다에 가까웠습니다.


2. 이때 떠오르는 카드가 미국 국채입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 통계상 2025년 12월 말 기준 일본은 미 국채 1조 1855억 달러, 영국은 8660억 달러, 중국은 6835억 달러, 프랑스는 3689억 달러, 한국은 1406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섯 나라를 합치면 3조2445억달러로, 같은 달 외국인의 미 국채 총보유액 9조2709억달러의 약 35%에 해당합니다.
숫자만 보면, 정말로 큰 카드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글의 제목이 자극적으로 들리는 것도 이해할 만합니다.
미 국채 매도는 미국이 가장 아파할 것 같은 지점을 겨누는 카드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재정적자를 메우는 핵심 시장이 국채이고, 금리가 오르면 백악관의 전쟁비용과 재정 부담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는 매우 크고, 로이터는 2025년 11월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가 사상 최고인 9조 355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고 전했습니다.
3. 그런데 문제는, 쓸 수 있는 카드와 실제로 쓸 카드가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⑴ 미국 국채는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이기 전에 자기 나라 외환보유고와 금융안정의 핵심 자산입니다.
일본,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고 환율 안정이 중요한 나라일수록 달러 자산을 급하게 줄이는 행동은 미국보다 먼저 자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⑵ 국채를 대량으로 던지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 말은 곧 자신이 아직 들고 있는 나머지 국채 가치도 함께 깎인다는 뜻입니다.
즉 이 카드는 상대를 때리면서 동시에 자기 손도 베는 칼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은 미 국채가 안전자산이자 준비자산으로 널리 쓰인다는 재무부 통계 구조와, 외국인 수요가 여전히 높은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해석입니다.
⑶ 다섯 나라가 하나의 정치 블록처럼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을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고, 영국과 프랑스는 안보와 금융 이해관계가 또 다릅니다.
게다가 영국 보유분은 단순한 ‘영국 정부의 의지’로 볼 수 없습니다.
로이터는 영국이 미 국채 2위 보유국이긴 하지만, 런던이 글로벌 커스터디 허브 역할을 하며 헤지펀드 자금이 영국 명의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영국 수치엔 영국의 전략 자산이 아니라 세계 자금의 보관 물량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5개국이 함께 국채를 던질 수 있다'는 상상보다 현실은 더 많이 복잡하다는 뜻입니다.
⑷ 중국의 경우에서 조차도 실제 행동은 더 복잡합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25년 11월 6826억달러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고, 12월에도 6835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장기적으로 미 국채 비중을 줄여 왔지만, 그럼에도 외국인 전체의 미 국채 보유는 오히려 사상 최고권으로 늘었습니다.
즉 중국이 줄인다고 해서 미국 국채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는 아니었고, 미국 국채 수요는 일본·영국·캐나다 등 다른 자금으로 상당 부분 메워졌습니다.


4. 팔 수는 있어도, 무너뜨리긴 어렵다
그래서 이 카드는 실전용 무기라기보다 협상용 신호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도 아픈 수단이 있지만, 미국도 상처 없이 넘어가진 못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특히 참전 압박을 받는 나라들 입장에선 군사적으로는 거절하기 어렵고, 외교적으로는 공개 충돌을 피해야 하니, 금융시장의 긴장 가능성을 은근히 흘리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서 실제 공동 매도에 들어가면, 미국보다 먼저 자국 금리·환율·외환보유 운영이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에서 '미 국채 매도'는 강한 카드이면서 동시에 너무 비싸서 쉽게 못 쓰는 카드입니다.
5. 결국 질문의 본질은 이것입니다.
미국 국채는 정말 미국의 약점일까?,
아니면 미국 중심 금융질서에 얽힌 나라들 모두의 족쇄일까?
지금까지 드러난 답은 후자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트럼프의 압박에 반발할 수는 있어도, 그 반발이 곧바로 ‘미 국채 투매’로 이어지긴 어렵습니다.
미국 국채는 미국의 부채이지만, 동시에 동맹국과 경쟁국 모두의 준비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카드는 존재만으로는 위협적이지만, 실제로 꺼내 드는 순간 그 위협이 곧 자기 부담이 됩니다.
미 국채 매도는 강한 카드가 아니라, 너무 무거워서 쉽게 휘두를 수 없는 카드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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