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이야기는 늘 환율로 시작됩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 강세", 내리면 "달러 약세"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워런 버핏이 202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남긴 말은 조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는 환율 예측을 하는 대신, "미국의 재정정책이 가장 무섭다"라고 말했습니다.
달러를 보는 시각이 환율 게시판에서 정치·재정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1. 버핏이 실제로 한 말은 무엇인가?



버핏은 주총에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재정적자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일이 잘못 굴러가면 결국 통화를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가치가 추락하는 통화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들만 보면 달러 비관론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그는 미국을 여전히 "태어나기 가장 좋은 나라이자 가장 큰 기회의 땅 "으로 평가했고, 2023년에는 "달러 기축통화를 대체할 통화는 없다"라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버핏의 메시지를 정확히 옮기면, '달러 즉시 탈출'이 아니라 '재정 규율이 무너지면 통화 신뢰도 무너질 수 있다'는 장기 경고에 더 가깝습니다.
2. 숫자로 보면 경고는 과장이 아닙니다
버핏의 우려가 단순한 걱정이 아닌 이유는, 공식 통계가 그 배경을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방 재정적자가 2026 회계연도에 1.9조 달러, GDP 대비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공공보유 기준 국가부채는 2026년 GDP의 101%에서 2036년 120%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합니다.
무디스도 세금과 지출을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의 의무 지출 비율이 2035년까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시선도 심상치 않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시카고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경제학자 10명 중 9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과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흔들 수 있다고 답했고, 5~10년 내 달러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3. '달러 붕괴'와 '달러 위기' 사이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버핏의 경고를 "달러 붕괴 임박"으로 읽는 것은 더 나간 해석입니다.
IMF와 딜로이트는 미국이 당장 자금 조달에 막힌 상태는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재정 기조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기축통화의 지위가 있다고 해서 재정 문제를 무한정 덮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버핏 스스로도 이 점을 의식하는 듯합니다.
그는 막대한 현금을 비축하면서도 미국 자산에 대한 장기 신뢰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달러가 '지금 당장 위험한 통화'가 아니라, '스스로 망가뜨릴 수 있는 통화'라는 표현 사이의 거리가 바로 그 지점입니다.
4. 달러를 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이유
결국 이 문제는 환율 예측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와 제도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재정을 책임 있게 운영하고,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온 제도적 기반 위에 서 있습니다.
버핏이 "재정정책이 가장 무섭다"라고 말한 것도, 총이나 미사일이 아니라 그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립니다.
달러가 지금 당장 무너질 통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신뢰가 영구 보증수표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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