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Citrini의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를 보면, 이 글은 'AI 비관론'보다 'AI 불균형론'에 가깝다.
요즘 AI를 둘러싼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해서,
'생산성이 오르고, 비용이 줄고, 기업 이익이 늘고, 결국 경제 전체가 더 효율적으로 바뀐다'는 서사가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Citrini Research의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는 그 익숙한 서사를 뒤집습니다.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A Thought Exercise in Financial History, from the Future
www.citriniresearch.com
원문은 처음부터 이 글이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라고 선을 긋습니다.
AI에 대한 낙관이 맞아떨어질수록, 오히려 경제에는 왜 약세 신호가 될 수 있는가?
Citrini가 그리는 2028년의 그림은 더 섬뜩합니다.
실업률은 10.2%까지 오르고, S&P500은 2026년 고점 대비 38% 하락합니다.
문제의 출발점은 기술 실패가 아니라, 기술의 성공이 사람의 소득 경로를 바꿔버리는 데 있습니다.
2. 이것은 AI 공포물이 아니라, '분배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을 흥미롭게 만드는 건 숫자보다 연결 방식입니다.
Citrini는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기업이 사람을 덜 쓰게 되고, 줄어든 인건비가 다시 더 많은 AI 투자로 돌아가며, 그 결과 화이트칼라 일자리와 소비가 함께 약해지는 고리를 그립니다.
생산성은 오르는데 임금은 따라오지 못하고, 장부에는 성장으로 찍히지만 실제 거리의 소비는 마르는 상태를 원문은 일종의 “고스트 GDP”로 묘사합니다.
생산은 계속되지만 그것이 생활을 떠받치는 소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경제는 좋아 보이면서도 동시에 나빠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3.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일자리보다 '마찰의 가격'일 수 있다.
Citrini가 특히 파고드는 대목은 중개 산업입니다.
사람이 귀찮아서 비용을 지불하던 영역,
이를테면 가격 비교, 보험 갱신, 여행 예약, 세무, 반복적인 법률 업무, 플랫폼 수수료 같은 것들이 AI 에이전트 앞에서는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은 몇 번 클릭하다 지쳐서 그냥 결제하지만, 기계는 지치지 않습니다.
늘 가장 싼 경로를 찾고, 자동 갱신을 재협상하고, 브랜드 충성도 대신 계산기를 들이댑니다.
원문이 말하는 위기는 그래서 "AI가 사람 일을 대신한다"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인간의 비효율 위에 세워졌던 수익모델 전체가 얇아지거나 끊어질 수 있는 과정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4. 아직 현실은 그 시나리오만큼 어둡지 않다.
다만 여기서 균형을 갖춘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공식 지표는 아직 그 위기가 현실이 됐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6년 2월 미국 실업률은 4.4%였고, BLS는 2025년 4분기 비농업부문 노동생산성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고 집계했습니다.
즉 현재 미국 경제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생산성 개선'이지 '노동시장 붕괴'가 아닙니다.
원문이 던지는 그림은 이미 벌어진 현실 묘사라기보다, 지금의 추세가 특정 방향으로 과격하게 이어질 경우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더 가깝습니다.


5.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허황됐다고만 넘기기 어려운 이유
그럼에도 이 글이 가벼운 가십거리의 기사 같지 않은 이유는, 그 경로를 떠받칠 현실의 배관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2025년 말 기준 미국 기업의 약 18%가 AI를 도입했다고 정리했고, 다른 조사에서는 미국 노동력의 78%가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준의 마이클 바 부의장도 2026년 연설에서 AI 도입 비중이 특히 대기업과 정보·금융·전문서비스 업종에서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경제 전체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AI가 실험실 안에만 머무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뜻입니다.
6. 진짜 위험은 기술이 아니라, 소득이 어디로 흐르느냐에 있다.
AI가 만든 부가 임금으로 흐르지 않고, 컴퓨팅 자산과 플랫폼과 자본으로만 쏠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Citrini는 바로 그 질문을 극단까지 밀어붙입니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2025년 말 미국의 모기지 잔액은 13.17조 달러였습니다. 소득이 흔들리면 주택과 소비의 기반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여기에 FSOC는 2025년 연례보고서에서 북미 사모신용 펀드 운용자산이 2024년 말 1.1조 달러에 이르렀고, 은행의 사모신용 펀드 대출약정이 2025년 2분기 기준 약 4,450억 달러라고 짚었습니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소득 충격이 신용시장과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아주 뜬구름만은 아닌 이유입니다.
7. 그래서 이 글의 핵심은 'AI가 일자리를 뺏느냐'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글의 핵심은 "AI가 몇 개의 직업을 없애느냐?"가 아닙니다.
'AI가 만들어낸 생산성의 열매가 누구의 소득으로, 어떤 속도로, 어떤 제도를 통해 다시 경제 안으로 순환하느냐'는 질문입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도 2026년 보고서에서 AI가 성장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잠재력을 강조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기술이 경제를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충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둘은 동시에 참일 수 있습니다.

8. 독자에게 남는 질문
그래서 이 글은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AI의 위험은 기술이 기대 이하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대 이상으로 잘 작동하는데
그 과실이 사람의 월급과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때 '경제가 더 이상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방식으로 굴러가지 않을 수 있다.
Citrini의 글은 과장된 종말론처럼 읽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그 문장을 비웃는 일이 아니라, 그 질문을 미리 제도와 정책의 언어로 바꿔두는 일일 겁니다.



AI 시대의 진짜 리스크는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분배의 지연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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